우리금융지주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시선이 확연히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최근 금감원과 우리금융 고위급 인사들간 회동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를 놓고 "임기를 마쳐야 한다"는 긍정적 의견을 내비친 데다, 공식 석상에서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보험사 인수에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과 우리금융 고위급 인사들 간 물밑 접촉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대규모 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부실에 대해 '현 경영진' 책임론을 제기하며 압박해 온 금감원이 우리금융 고위 인사들과 대화 물꼬를 튼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꽁꽁 얼어붙었던 금감원과 우리금융 간 관계가 해빙 모드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다. 

지난달 이 원장은 우리금융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임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지주 회장 임기는 이사회와 주주가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내부통제가 틀어져 있는 상황에서 임 회장이 갑자기 빠지게 되면 거버넌스(지배구조)와 관련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이복현 "임종룡 임기 채워야…우리금융 거버너스 흔들리면 안돼"(2월19일) 

이 원장은 지난달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자리배치를 직접 바꿔 임 회장을 바로 옆에 앉혔다. 통상 공식 석상에서는 회사 규모에 따라 자리가 배치되는데, 4위권에 해당하는 우리금융이 금감원장 옆자리를 차지한 건 이례적이다. 둘은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하며 다정한 모습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세 번째)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달 13일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협약서에 서명 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우리금융

보험사 인수를 앞두고 있는 우리금융 입장에선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최대 관심사다. 지난해 8월 우리금융은 동양생명 지분 75.34%(1조2840억원), ABL생명 지분 100%(2654억원)를 각각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올해 8월 말까지 모든 인수합병(M&A) 절차를 완료하지 못하면 인수가의 10%인 약 1500억원을 두 생보사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에 지급하기로 돼 있어, 인수 성사에 사활을 건 상태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상 자회사 편입은 경영실태평가 종합 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는 2등급이지만, 내부통제 미흡에 따른 대규모 금융사고 등으로 3등급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금융권에서 제기된다. 당초 금감원은 2월 중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마치고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었으나, 관련 작업이 늦어지면서 통보 시점이 이달로 미뤄지게 됐다.

업계 일각에선 고위급 회동과 더불어 이 원장의 달라진 스탠스 등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기 만료를 앞둔 이 원장이 현 정부와 선을 긋는 한편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국면에 대비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과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정량적인 평가기준에 맞춰 산출되는 경영실태평가 등급에 정무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등급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우리금융 정기검사를 실시한 검사역들이 매기는 각 분야 점수를 인위적으로 조정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자회사 인수 최종결정은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몫이다. 등급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 정리 등을 통해 요건을 충족시키면 조건부 승인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