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금융시장을 감싸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게 될 전망이다. 조기 대선까지 계속해서 국가적 리더십이 공백인 데다 경제 컨트롤타워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미 정부가 25%의 '관세 폭탄'을 발표한 뒤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4일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국회의 탄핵소추를 인용했다. 작년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파면되며 앞으로 60일 이내 대통령 선거가 이뤄질 예정이다.
불확실성 해소됐지만…경제는 첩첩산중
시장은 우선 가장 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한숨 돌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변론 종결 후 헌재 선고까지 2주 정도 걸렸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 123일이 소요되며 혼돈 상황이 지속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매크로 환경이 2017년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당시에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온 후 시장 변동성이 완화됐다"며 "불확실성이 리스크가 되는 시장 입장에서 탄핵 심판 결과 발표는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은 급격히 상승했고, 이후에도 하락과 급상승을 반복하며 요동쳤다.
국내 경제를 가장 짓눌렀던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긴 했지만 중장기적으론 환율 불안이 지속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부여하기로 하면서 외환시장이 출렁였다. 3일 원·달러 환율은 예상보다 높은 관세 영향으로 1472원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로 전일대비 4.5원 오른 1467원에 마감했다.
4일 원·달러 환율은 상호관세 발표 영향으로 16.5원 하락한 1450.5원에서 시작했다.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윤 대통령의 파면이 발표된 오전 11시 20분께 1430원대까지 낮아졌다.
경제 위중한데…사회분열에 경제 컨트롤타워 '흔들'
더 큰 문제는 최근 우리 경제가 유례없는 불황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비상계엄과 탄핵이 이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현상이 지속하면서 국민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대비 2.2% 감소했다. 카드 사태 시기인 2003년(-3.2%)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재화 소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부가 중요한 소비 지표 중 하나로 활용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08로 전년 동월 대비 2.0% 올랐다. 1월(2.2%)에 이어 2개월 연속 2%대 상승세다.
해외 기관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9%로 낮췄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2%에서 1.2%로 내린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수 경기 부진 속 외수(수출) 불확실성 급증' 보고서에서 "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수출의 성장 견인력이 사라지기 전에 내수의 경기 안전판 역할을 강화해 경기 침체를 방어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일단락 됐다고는 하지만 조기대선 과정에서 사회분열이 이어지고 경제 컨트롤 타워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민주당 등 5개 야당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이 확정된 이상 표결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직을 유지하더라도 대선 전 적극적 행보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미 사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