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에 대한 모습을 그릴때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최근 몇 년 새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명소로 떠오른 서울 용산구 '용리단길(용산+경리단길)' 임장에서 만난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Shinhan Premier Pathfinder) 전문위원의 조언이다.
예전이라면 돈 안되는 자리로 평가돼 언덕 위에서 방치됐던 한 주택 부지가 '모닝사이드 카페'로 새 단장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아직 가오픈 상태지만 그리스풍으로 꾸민 하얀 계단이 인상적이었다. 높은 곳에 있어 사람들 발길이 닫기 어렵다는 게 약점이었는데, 계단을 포토존으로 꾸며 극복했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MZ들의 방문 열기가 점점 달아오를 것으로 보였다. '상상력'이 없었다면 이 같은 변신이 가능했을까.
귀동냥으로 전수받은 상업용 부동산을 꿀팁을 정리해 봤다. 초고액자산가(300억원 이상 부장)의 돈 관리를 전담하는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가 은행 프라이빗뱅커(PB), 기업고객 전담역(RM)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아카데미에서 들은 내용이다.▷관련기사 :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동행 용리단길 임장…'250억 잭팟 이렇게'(4월14일)
현장에서 브리핑을 한 우 전문위원의 도움을 받았다. 신한은행 공채 출신인 우 전문위원은 부동산자문센터 팀장,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을 거쳐 현재는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부동산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동산법을 공부한 법학박사이자 세무사로 부동산 세금 특화 자문이 그의 전문분야다.
①예쁜 카페·식당…SNS 손품팔면 답 나온다
국내 한 외식기업은 '세렌디피아'라는 법인명을 통해 복수의 콘셉트 매장을 운영 중이다. 빵집과 식당, 디저트 카페 등을 각기 다른 이름과 콘셉트로 선보이고 있다. 용리단길 '도토리', '서울앵무새'와 압구정 '도산맘마미아' 등이 좋은 사례다.
과거에는 한 브랜드의 프랜차이즈화를 통해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을 썼다면 최근에는 개성이 뚜렷한 매장을 각각 운영하며 차별화에 힘 쓰고 있다. 공통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기 적합한 요소를 갖췄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브랜드가 차지했던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상권을 이끄는 핵심 점포)의 역할을 이들 콘셉트 매장이 대체하고 있다. 실제 이런 가게들이 입점하면 상권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발생한다는 평가다.
어떻게 하면 이런 흐름을 미리 알 수 있을까? 바로 손품이다. SNS에서 어떤 매장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지 검색하고, 지역에 따라 다른 컨셉트로 확장해 나가는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②30년→2년…짧아진 상권 수명
상권의 성장변동 주기가 매우 짧아진 점도 알아 둬야 한다. 과거에는 상권이 성장하고 성숙해서 쇠락하는데 통상 각 주기별로 10년, 합해서 30년이 걸린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임대료 상승→매출 감소→폐업 증가의 악순환이다. 이대와 신촌 상권, 압구정로데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홍대, 연남동, 성수동 등 사례를 보면 이 주기가 각각 5년(합해서 15년)으로 짧아졌다. 최근에는 2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상권의 이동에 대한 가능성과 변화를 잘 포착해야 한다.
③잘 안보여도 뜬다…이면지역의 반격
최근에는 대로보다 이면지역이 활성화되는 모습도 두드러진다. 대로변이 가시성도 좋고 유동인구도 많아 장사도 더 잘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비싼 임대료가 문제다. 홍대입구역 중심 상권이 포화되면서 비교적 임대로가 낮은 동교동과 연남동 철로변 이면지역으로 상권이 확대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영업력 있는 임차인일 수록 임차료가 저렴한 이면으로 더 들어간다. 그래도 찾아올 손님은 찾아온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매매가 역시 이면지역의 상승속도가 가속화하는 현상도 보여 주의가 필요하다.
④법이 '돈'을 지킨다
부동산 투자가 항상 안전한 투자인 것만은 아니다. 용산 일대가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지 벌써 30년이 지났지만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우 전문위원이 "로또 수준의 호재만 보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라"고 항상 고객들에게 강조하는 이유다.
더욱이 통상의 경우보다 훨씬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또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한 상권과 시세만을 파악하는 걸로도 부족하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건축법, 세법, 도로법, 계약법, 상가임대차법 등 법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