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보험사들이 자산운용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한국은행이 올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약간의 시간을 벌었지만 빠르면 5월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금리 하락은 단기적으론 채권 평가이익 확대를 통해 투자손익이 개선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신규 투자 수익률 저하로 이어져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다.
금리 인하는 보험상품에 적용되는 공시이율 인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공시이율은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과 연동돼 금리가 하락하면 공시이율도 내려가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과거 생보사들이 많이 판매한 확정 고금리 상품은 금리가 내려가도 계약자에게 계속 높은 금리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자산운용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역마진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일단 동결 우세한데…다음 달엔 내린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17일 기준금리 정책을 결정한다. 한은은 지난해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스텝(0.05%포인트 인하) 이후 금리 인하 기조에 맞춰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에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현 수준인 연 2.75%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4월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한은이 국내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울 주택 가격 강세, 가계대출 증가세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월 금통위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다수 의견은 올해 2월 금리 인하를 포함해 2∼3회 인하 정도로 보는 것 같다"며 "한은도 내재적으로 금리 정책을 가정하고 성장률 등을 전망하는데, 연간 2∼3회라는 시장 전망은 한은의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5월 인하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상호관세 발표로 한 때 4월 금리 인하설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관세는 유예됐고 관련 환율은 1500원에 가까워졌으며 변동성은 더 높아졌다"며 "시기적으로 4월 인하보다는 5월 인하가 좀 더 타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 투자 수익률 하락·생보사 '역마진' 우려도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보험사들의 수익성 확보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보험사들은 고객이 낸 보험료로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데,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가격은 상승해 단기적으로 보유채권 등의 평가 이익은 확대된다.
특히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FVPL) 금융자산의 경우엔 금리변화에 따른 평가손익이 당기손익에 반영된다. 금리가 낮아져 채권 평가이익이 늘어나면 수익이 증가해, FVPL 금융자산 비중이 높으면 단기적으로 투자손익이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신규 투자시에는 수익률이 하락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투자손익이 줄어든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가 내려가면 보험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생보사들의 타격이 큰데, 사망보험 등 손보사보다 보험 기간이 긴 상품이 많아 자산 듀레이션보다 부채 듀레이션 증가 폭이 가파르게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인하기에는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거나, 단기적으로는 국내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는 보험사들의 공시이율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이달 기준 공시기준이율은 3.3%로 전달(3.4%) 대비 0.1%포인트, 1월(3.5%) 대비 0.2%포인트 인하됐다. 공시기준이율은 각 보험사가 적용하는 공시이율의 기준이 된다. 공시이율은 보험사의 금리연동형 상품 적립금에 적용되는 이율로 은행의 예·적금 금리와 비슷한 개념이다. 공시이율은 시중금리와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과 연동돼 금리 변동의 영향을 받는다.
은행 예·적금 상품은 가입할 때 약정이율이 만기까지 확정되지만, 보험 상품은 공시이율에 따라 매달 이율이 바뀐다. 공시이율이 높아지면 만기 환급금이나 중도 해약금이 커지고 공시이율이 떨어지면 환급금이나 해약금도 줄어든다.
실제 한화생명은 보장성보험 일부 상품 공시이율을 지난달 2.30%에서 이달 2.15%로 0.15%포인트 내렸고 저축성보험 상품은 2.40%에서 2.35%로 0.05%포인트 인하했다. 신한라이프도 보장성보험 일부 상품의 경우 2.35%에서 2.25로 0.1%포인트, 저축성보험 일부 상품은 2.35%에서 2.3%로 0.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여년전 높은 고정금리의 상품은 금리가 인하되면 이자율 차이만큼 보험사가 이를 메꿔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90년대에는 연 7~8%대, 2000년대에는 연 4~5%대의 상품을 많이 팔았는데 현재 운용자산이익률 3%에 불과, 계약자들에게는 높은 이자를 줘야 하니 역마진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에 투자수익이 줄어들면 공시이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금리 변동 민감성이 낮은 보험상품 포트폴리오로 수입보험료를 쌓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