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가상자산거래소 애플페이'

공통점은 뭘까. 2030세대가 주를 이루거나 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다. 각 서비스의 제공자가 한 곳으로 정해져 있어 새로운 경쟁자가 침투하기 어렵고, 그만큼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은행권(혹은 카드사)이 간절히 확보하고 싶어하는 '미래 먹거리' 그 자체다.

은행권이 'MZ 사로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나라사랑카드, 가상자산거래소, 애플페이 등 젊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에 일제히 뛰어드는 모습이다. 당장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탄탄한 미래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대 160만명' 나라사랑카드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오는 24일부터 시작되는 나라사랑카드 3기 금융사업자 선정 사업에 입찰할 예정이다. 군인공제회는 오는 28일까지 제안서를 접수하고 이틀 뒤인 30일 사업자 3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나라사랑카드는 군인 전용 체크카드다. 이 카드를 통해 병역판정검사부터 신원확인 등을 진행할 수 있고, 군인 급여와 각종 여비가 이곳에 지급된다. 매년 약 20만 명이 입영하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사업 기간인 8년간 160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3기 사업 기간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이다. 계약 종료 전 국방부, 병무청 등 결정에 따라 3년간 연장할 수 있다. 기존(10년)과 달리 사업 기간이 최대 8년으로 감소하고, 사업 운영자도 3개 사로 확대됐지만 은행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군 장병 전용 고금리 적금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장병내일준비적금' 최고금리를 연 8%로 올렸다. 기업은행 'IBK장병내일준비적금' 최고금리는 연 7.5%, 국민은행 'KB장병내일준비적금' 최고금리는 연 6.2%로 일반 적금 대비 높은 금리를 자랑한다.

20대 고객을 대거 확보할 수 있고, 급여 통장으로 이용되는 만큼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기에 편리하다. 나라사랑카드는 통상 일반 체크카드보다 혜택이 좋아서 전역 후에도 카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고객이 평생 고객이 되는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하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나라사랑카드는 20대 고객을 160만명이나 확보할 수 있는 1순위 목표"라며 "혜택 경쟁이 걱정일 정도로 은행권의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업비트·애플페이도 '경쟁 구도'로?

시중은행의 또다른 각축장은 가상자산거래소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전체 이용자 중 30대가 29%(280만명)로 가장 많았다.

최근 국민은행은 빗썸과 제휴를 맺으면서 자금 곳간이 한층 풍부해지기도 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요구불예금은 156조2034억원으로 빗썸과의 제휴가 시작된 1월 말보다 5조원 이상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들의 요구불예금이 대폭 증가하기 어려운 환경인데 국민은행은 빗썸 효과를 톡톡히 봤다"며 "가상자산거래소 예치금은 금리가 2% 수준의 저원가성예금인 데다 젊은 고객을 대거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 70%에 달하는 업비트는 오는 10월 케이뱅크와의 제휴를 종료한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맺지 않은 하나·우리은행이 이 자리를 노리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여러 은행과 제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지난 9일 국민의힘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은행장들이 만난 자리에서 "가상거래소 한 곳에 다자 은행이 제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관련 기사: 정진완 우리은행장 '가상자산, 1거래소-다자은행' 카드 꺼낸 이유(4월11일)

카드업계가 일제히 뛰어들고 있는 애플페이도 마찬가지다. 현재 현대카드만 애플페이를 제공하고 있지만,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곧 제휴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KB국민카드 역시 애플페이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역시 2030 젊은세대를 신규회원으로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수료 문제 때문에 카드업계에서 애플페이 도입을 꺼렸지만 현대카드가 젊은 층에서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한 덴 애플페이의 효과가 컸다"면서 "다른 카드사들도 속속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4050세대는 기존에 거래하던 은행이나 카드를 잘 바꾸지 않는 경향이 짙어 금융회사들은 주로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에 더욱 집중한다"면서 "금융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20대 고객을 확보하는 게 곧 지속 가능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