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그간 깜깜이었던 고과평가를 직원 개개인에게 이달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동시에 나온다. 사측이 내세운 성과 중심 조직문화 정착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내부갈등 등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임종룡 우리금융회장의 인사실험이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정진완 우리은행장도 인사관리 카드에서 학력 출신지를 삭제하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과거 상업·한일은행 등 은행 내 파벌 청산기조가 인사제도 개편 주된 배경이라는 게 금융권 중론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은 직원 개인에 대한 인사평가 결과를 본인에게 처음으로 고지했다. 평가 점수는 S~D등급 (S, A, B, C, D)으로 나뉜다. S등급으로 갈수록 매우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부하직원의 상향평가, 동료직원의 수평평가 등 다면평가 결과도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새롭게 개편된 인사평가제도를 도입한데 따른 것이다. 올해부터는 작년 평가결과를 포함해 본인의 평가 점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그간 우리은행은 직원 개인에 대한 평가 결과를 본인에게 알리지 않았다.

인사평가 공개, 반응은?

우리은행은 인사평가 공개에 앞서 기존 인적 자원평가 체계를 '업적평가'와 '역량평가'로 이원화했다. 업적평가는 '계획-실행-점검(Plan-Do-See)'의 3단계 성과관리 체계를 적용해, 개인별 실적에 따른 공정한 평가를 지향한다. 역량평가는 직급별로 요구되는 핵심 역량과 은행이 중시하는 가치 기반 행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행동지표는 예시 형태로 구체화해 제공했다.

이번 제도 개편은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평가 체계를 확립하고 성과 중심의 인사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조치다. 개인의 고과가 상급자로부터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매겨지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 투명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은행은 상급자와 중간 면담 및 코칭 절차를 신설하고 이의신청 제도도 도입했다. 상호 소통에 기반한 직원 역량 강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는 상사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이제는 평가 항목과 기준을 사전에 공유하고 상의해 목표를 설정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신뢰가 높아졌다"면서 "'잘하네, 못하네' 식의 모호한 평가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업무 기여도를 따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직속의 기업문화혁신 태스크포스(TF)에서 은행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이 중 약 70%의 직원들이 평가결과 공개에 찬성했다.

파벌문화 병폐, 이번엔 바뀔까

반면 부정적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사기저하, 내부갈등, 불필요한 경쟁 등 조직 내 위화감 조성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쓴소리다. 4대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이 유일하게 개인고과를 공개하지 않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다면평가의 경우 상호 발전을 위한 '피드백'이 본래 취지와 달리, 동료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사 고과를 활용한 '생색내기'나 상사와의 관계 중심 평가에 대한 지적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제도 개편을 우리은행의 병폐인 파벌주의를 깨려는 노력으로 해석한다. 우리은행이 직원 인사카드에서 학력, 병역, 출신지 등 업무능력과 연관성이 적은 인사 정보를 삭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일대일 대등 합병한 이후 아직까지도 출신 은행에 따른 계파가 남아 있다. 이런 제도 변화는 결국 출신보다 성과를 중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파벌주의를 없애려는 임 회장의 의지가 이번 인사제도 개편에 반영되면서, 하나의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