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퇴직연금 원리금비보장 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가운데 그나마 보수적인 투자성향 비중이 높은 은행이 증권 수익률을 앞섰다. 지난 12월 이후 국내·외 시장이 요동친 탓에 수익률 자체는 은행과 증권 모두 떨어졌지만 수익률 방어에서 은행이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10월 퇴직연금 실물이전제 시행으로 은행과 증권 등 업권별·회사별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률과 적립금 증가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고객 유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수익률 최대 9%포인트 뚝…증권 낙폭 더 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형퇴직연금(IRP) 원리금비보장 수익률은 지난해 4분기 7%대~12%대에서 올해 1분기 0%대~4%로 뚝 떨어졌다.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IRP 원리금보장 수익률도 은행과 증권사 모두 소폭 하락했다.

기업이 적립하고 근로자가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도 원리금비보장 수익률에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원리금보장 수익률도 변동을 보였다.

주요 은행과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 IRP 원리금비보장 수익률은 은행 중 하나은행 하락폭이 가장 컸고,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 하락폭이 가장 적었다./그래픽=비즈워치

타격은 증권사가 더 컸다. 최근 수요 많은 IRP 원리금비보장 기준으로 은행이 5.07%포인트~6.45%포인트 하락한 반면, 증권사는 7.05%포인트~9.65%포인트 떨어졌다. 그나마 보수적인 투자성향의 고객 비중이 높은 은행은 2%~4%대의 수익률을 사수했다. 증권사는 0%~3%대까지 미끄러졌다. 

퇴직연금 원리금비보장 수익률이 급감한 건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트럼프 정부 출범 등으로 국내외 시장이 불안했고 간접 투자처인 주식형 펀드나 상장지수 펀드(ETF) 등이 크게 흔들린 영향이다. 증권사는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고위험군 상품이 많아 이번에 더 큰 하락폭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국내·외 펀드 시장은 이번 2분기에도 불안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3월 말 미국이 본격적으로 관세 부과에 나서면서 금융 시장이 급격히 요동치기 시작했고 당분간 안정을 찾긴 힘들 것"이면서 "2분기 퇴직연금 원리금비보장 상품 수익률 회복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IRP 원리금비보장 적립금도 증가

은행 퇴직연금 규모는 원리금보장이 크기는 하나, 성장세는 원리금비보장이 더 가파르다. 올해 1분기 5대 은행 IRP 원리금비보장 적립금은 합산 16조7468억원. 지난해 4분기보다 11.9%, 1년 전보다는 43.1% 늘었다. 같은 기간 원리금보장 적립금은 45조1199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8% 증가에 그쳤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제 도입으로 수익률 비교 후 손쉽게 상품을 변경할 수 있다. 국내외 시장이 요동치는 사황에서 은행 수익률이 높으면 얼마든지 이동 수요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은행들은 기대하고 있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은 가입자가 계좌 내 운용 중이던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좌로 옮길 수 있게 한 제도다.

시중은행 퇴직금./그래픽=비즈워치

누가누가 가입 늘리나

은행들은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나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운용 서비스'를 개시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자 성향별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생성하고 개인형IRP 적립금을 운용해 주는 서비스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은행권 첫 연금자산 관리 상담센터인 '연금 더 드림 라운지'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기존 연금사업본부를 독립본부로 전환했다. 연금사업본부장 주관으로 고객 수익률 제고를 위한 과제를 추진한다. AI(인공지능)를 활용한 플랫폼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신한SOL뱅크 내 '나의퇴직연금'을 재단장해 비대면 서비스를 개선했다. 최대 연 3% 이자를 제공하는 파킹통장 '신한 이로운 연금통장'도 출시했다. 퇴직연금을 단기간 보관한 뒤 사용할 계획이 있는 고객들을 겨냥했다. 우리은행은 개인형IRP 신규 가입 고객에게 운용·자산관리수수료를 면제하는 혜택을 제공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퇴직연금 규모는 은행, 증권 할 것 없이 증가한다"면서 "퇴직연금 수수료는 은행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고객 잡기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