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험업계에서 화제인 '이혼보험'이라는 드라마 들어보셨나요? '플러스손해보험'이라는 회사의 혁신상품개발팀이 이혼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의 이혼보험, 실제 보험사가 내놓을 수 있는 상품 맞을까요?

이혼보험은 결혼 생활이 끝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혼 후 생활비 지급은 물론 법원 판결에 따른 위자료 지급을 보장해주는 보험이 플러스손해보험의 이혼보험 상품입니다. 

미국에서 내놨다 2년 만에 사라져

실제 미국에서는 이혼보험이 출시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왜 보험시장이 실패하는지를 다룬 '리스키 비즈니스'(리란 아이나브·에이미 핑켈스타인·레이 피스먼 저)에는 2010년 '세이프가드 개런티(SafeGuard Guaranty)'라는 이혼보험만을 운용하는 보험 스타트업을 창업했던 존 로건이라는 사업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국에서만 매년 약 200만쌍의 남녀가 결혼을 하는데, 이들 중 20분의 1에 해당하는 부부가 이혼보험에 가입한다고 보면 매년 10만명의 고객이 새로 유입되니 소위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거죠. 그런데 사업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결혼 생활이 불안정하거나, 상대에 대한 신뢰가 깨진 부부들만 이 보험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창업자가 그렇게 어리석었을까요? 당연히 안전 장치를 만들어 뒀습니다. 가입자가 가입 후 4년 이내에 이혼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지급 유예 기간을 둔 겁니다. 흔히 암 보험 같은 경우 가입 후 보통 90일 정도의 면책기간을 두고 이 기간 안에 암 진단을 받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죠.

이와 비슷하게 이혼보험의 지급 유예 기간을 48개월로 설정한 거예요. 그럼 애당초 관계가 좋지 않은 부부가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이혼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겁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미 부부 사이가 돌이킬 수 없어졌는데, 보험금 수령을 위해 4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틸 사람은 없죠.

이렇게 지급 유예 기간을 뒀는데도 이혼보험은 실패했습니다. 2년 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지급 유예 기간이 4년인 것을 고려하면 단 한 건의 보험금 지급도 이뤄지지 않은 것인데요.

일단 보험료가 터무니 없이 비쌌다고 하네요. 매년 부부가 1900달러의 보험료를 내야 했는데, 최근 환율(1418원)을 기준으로 하면 한화로 270만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만약 이 부부가 이혼보험 가입 후 4년이 지나고 이혼하면 1만2500달러의 보험금을 받게 됩니다. 1773만원 정도네요. 보험료는 높지만, 실제 이혼 후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그다지 많지 않죠.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 보험을 다루면서 보험 가입 후 10년 만에 이혼한 부부라면 매년 보험금을 납부하는 대신 같은 액수의 돈을 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더 낫다고 분석했습니다. 수익성은 보험금보다는 적겠지만, 보험을 들지 않더라도 재정적인 타격이 크지 않다는 게 이유였죠. 그리고 이혼보험을 들어 놓고 이혼을 하지 않는 부부라면 결혼 유지 기간이 길수록 은행의 이자 수익을 노리는 것이 훨씬 낫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결혼유지 보험은 어때요?  

tvN 드라마 이혼보험 포스터 캡쳐./사진=tvN

보험업계는 이혼보험 상품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선 보험은 우연한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라 '우연성'이 기반이 돼야 합니다. 보험사고가 우연하고 불확실해야한다는 것이죠. 사고 발생 여부나 발생 시기, 발생 정도 등 전부 또는 일부가 불확실해야 합니다. 사람의 의도가 들어가면 보험사기가 될 수 있어요. 물론 이혼이 불가항력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진짜 이혼을 '당하는 것'인지를 알 수 없죠. 

게다가 보험은 사회 안전망으로써 기능합니다. 이혼이 나쁜 것이 아니지만, 이혼보험이 실제 출시되면 사회 통념 상 이혼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겠죠.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 통계만 있다면 상품은 만들 수 있다"면서도 "사회질서를 혼란하게 할 수 있고 모럴 해저드, 이혼 사유의 판단의 어려움으로 실제 개발은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부부들을 위한 보험 상품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삼성생명이 '사랑의 커플보험'이라는 상품을 출시했었는데요. 결혼을 유지하는 부부에게 다양한 보상을 제공하는 저축성 보험이었습니다. 이 보험은 세계 최초의 결혼 유지형 보험으로 결혼을 유지할수록 혜택이 커지고 이혼 시에는 환급금이 줄어드는 구조로 설계됐어요.

가입 대상은 결혼한 부부 또는 6개월 이내 결혼 예정인 예비부부며 일시납 1000만원짜리에 가입하면 결혼 기념 축하금을 매년 20만원씩 주는 상품이었습니다. 또 가입 후 10년이 경과하면 100만원, 20년이 경과하면 200만원의 결혼 유지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녀 출산 시마다 축하금이 50만원씩 별도로 지급됐습니다. 30년 만기 시에는 공시이율을 적용한 만기 적립금을 수령할 수 있었죠.

반면 가입 후 20년 이전에 이혼할 경우 보험은 자동 해약되며 환급금에서 최대 20%가 감액됐습니다. 이렇게 감액된 금액 중 70%는 결혼을 유지한 가입자들을 위한 '행복 보너스' 기금으로 전환돼 추가 보너스로 지급되는 상품이었어요. 나머지 30%는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기부되고요. 결혼의 지속을 장려하는 공익적인 성격이 강한 상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이 미미해서였을까요? 현재는 판매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혼보험이든 결혼유지 보험이든 부부관계라는 민감하고도 사적인 영역을 보험에 담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 조금 느껴지시나요? 보험 설계의 논리와 윤리적 기준까지 충족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