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디스커버리 펀드.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지난 22일 해당 펀드의 2차 분쟁조정을 진행했다. 결론은 '손해액의 최대 80%를 배상하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가능성도 점쳤지만 결국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일단락됐다. IBK기업은행이 지금까지 배상한 규모는 340억원 정도. 다만 손해배상비율이 기존보다 높아진 만큼 향후 부담은 적잖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련기사: 금감원, 기업은행에 "디스커버리펀드 80% 배상"(2025.04.23)

디스커버리 펀드 최대 판매 기업은행, 지금까지 340억원 배상

디스커버리 펀드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생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운용한 펀드다. 2017년부터 기업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3개 은행과 신영증권 등 9개 증권사에서 판매됐다. 고수익의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투자자들을 속여 부실 상태인 미국 개인 간 거래(P2P) 대출채권에 투자했다가 2019년 25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를 초래했다.

./사진=기업은행

최대 판매사는 기업은행이었다. 기업은행은 2017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약 6792억원(1012계좌)을 판매했고, 이 중 914억원어치가 환매 중단됐다. 

분조위가 디스커버리 펀드의 손해배상을 추진한 건 지난 2021년이다. 해당 펀드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들어 손해액의 40~80% 비율로 투자자들에 자율배상을 하도록 했다. 기업은행은 73.9% 비율로 2021년 8월부터 배상을 해왔다.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 펀드 누적 배상액은 총 339억5000만원.

아직 끝나지 않았다…4년 만에 새로운 국면 

배상 절차가 새로운 국면을 맞은 건 디스커버리 펀드를 재검사하는 과정에서 '펀드 돌려막기' 등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서다. 

디스커버리운용은 펀드 자금을 해외 특수목적법인(SPC) 1에 투자하고, 이 SPC가 미국 대출채권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운용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SPC 1의 자금 부족으로 만기가 도래한 3개 펀드 상환이 어렵게 되자 또 다른 해외 SPC 2가 1의 후순위 채권을 인수하는 연계 거래를 통해 이를 상환했다. 

이 과정에서 SPC 2는 신규 펀드 자금 344만 달러를 모집했는데 목적이 SPC 1 투자 펀드 상환에 있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투자 대상을 거짓 기재한 투자 제안서를 이용했다는 정황이었다. 분조위는 추가 검사로 투자구조를 왜곡한 점을 확인했다. 

더불어 해당 펀드가 보유한 기초자산 부실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초자산 A의 경우 대부분 상각할 정도로 부실 정도가 심각했다. 또 기초자산 대출 상당 부분에서 무담보 사실이 누락됐다. 다만 해당 펀드가 투자했던 기초자산 B도 우량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긴 했으나, 한때 SPC1 수익률이 연평균 8%에 이르렀던 만큼 이 또한 부실자산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기초자산 부실 증빙안돼 '손해 배상' 가닥

기초자산 부실 여부가 규명되면 '계약 취소'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었다. 계약 취소는 애초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사항을 판매사가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민법 적용으로, 투자 원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투자자로서는 손실을 완전히 만회할 기회이지만 판매자는 배상 부담이 극심해지게 된다.

다만 기초자산이 부실하다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증빙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금감원은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등 판매원칙을 위반한 점을 고려해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340억원+α

분조위는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기업은행의 공통가중비율을 기존 20%에서 최대치인 30%로 상향 조정했다. 손해배상비율은 기본배상비율에 공통가중비율을 더해 투자자별 가감 정도를 반영한다. 이로써 기업은행에 부과된 손해배상비율은 80%이 됐다. 기존보다 6%p 배상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추가 배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분조위는 이번 결정으로 펀드 환매가 연기된 기업은행 209계좌 투자자에 대한 피해 구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에 배상받았던 투자자들도 신규 조정안에 따른 추가 배상을 점치고 있다. 

기업은행은 분조위 결과에 맞춰 손해배상 내부검토에 돌입하기로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투자자별 배상규모가 상이해 구체적인 배상 규모는 아직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