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보험업계 최초로 '언팩'을 열고 내달 출시할 신상품인 '보장어카운트'를 선보인 지난 22일.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의 첫 반응은 '물음표'였다.
언팩은 주로 전자통신 업계에서 스마트폰 등 새 전자기기를 소개하며 어떤 최신 기술을 적용했는지 소개하는 '혁신'의 자리다. 그만큼 삼성화재의 언팩에 건 기대감이 컸다. 게다가 손해보험업계의 선두 기업인 삼성화재의 최고경영자(CEO)까지 참석해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모은 첫 행사였다. 삼성화재가 이번엔 또 어떤 상품으로 업계를 뒤흔들지 보험업권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보장어카운트는 부푼 기대감을 채우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보장어카운트 상품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전날 삼성화재가 발표한 보장어카운트 내용을 살펴보면 이 상품은 치료에 맞춰 보험금이 일생 제공되는 '보장 통장'을 의미한다. 핵심은 △끊김이 없는 치료비 보장 △건강리턴 △병원동행 등이다.
삼성화재는 끊김이 없는 치료비 보장을 위해 50가지가 넘는 담보를 재분류하고 5개의 담보로 단순화했다. 5개 담보는 △검사·진단(영상검사·유전자검사) △입원·치료(입원·수술·항암약물 방사선) △전이·재발(수술·항암약물 방사선) △사후관리(추적 관찰) 등 4개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보장한다. 또 일정 기간 정해진 횟수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보장이 리필되는 구조며 보험료는 기존 상품보다 60% 낮춘다는 방침이다.
담보를 재분류해 5개 담보로 단순화하고 가입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신선하다는 평가다. 그간에는 수많은 담보를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워 어떤 담보가 자신에게 필요한지 파악하기 힘들었던 탓이다.
실제 보장어카운트를 소개한 권기순 삼성화재 장기상품개발팀 상무 역시 "기존에 암·뇌·심으로 통칭하는 담보는 매우 많았다"며 "수술·입원, 전이암·항암·혈전 제거 등 포도알처럼 많은 담보는 고객 스스로 선택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성분을 알약 하나로 정제하는 것처럼 고객이 고민할 필요 없이 심플하게 제공하고 싶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장이 리필된다는 점 역시 보험 가입자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었으나, 진단비가 리필이 되는지, 치료비가 리필이 되는지 혹은 모든 보장이 리필된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했다. 예를 들어 같은 부위에 암이 재발한 고객들이 많은데, 이들을 위해서 리필해주는 것인지 등 자세한 설명은 부재했다.
또 계속해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면 보험료는 그만큼 비싸질 텐데 어떻게 보험료를 기존 상품보다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 역시 미흡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고객이 암에 걸려 5000만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는데, 이를 내년에도 또 준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어느 정도 혁신적인 상품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그만큼 보장해 준다면 보험료는 비쌀 텐데, 기존 상품을 해지하면서 가입할 만큼의 혁신 상품일지는 실제로 출시된 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보장어카운트에는 건강한 가입자에게는 보험료 일부를 환급해 주는 '건강리턴'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는 중증질환 없이 건강하게 유지한 고객에게는 보험료를 돌려주는 것이다.
보장보험에서 보험료를 돌려주는 상품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간 보장보험에서 환급금은 고객에게 일시금으로 지급하거나, 연금 형태로 지급해 왔다. 다만 삼성화재의 보장어카운트는 가입 기간에 보험료를 돌려받는 방식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다른 점이다.
마지막으로 병원 동행은 말 그대로 아픈 고객과 병원을 함께 방문해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다. 아픈 고객 대신 가족이 신청할 수도 있고 고객 이동 시 위치 확인도 가능하다. 진료 후에는 리포트까지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이 역시 많은 보험사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다. 생명보험업계는 특히 헬스케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보장보험에 가입한 고객에게 병원 동행이나 차량 에스코트 등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손보업계에서는 DB손해보험이 참좋은행복플러스+종합보험 피보험자(2024년 4월 1일 이전 가입자)를 대상으로 병원안내와 진료예약, 중대질병 진단 시 전담 매니저 방문동행과 차량이송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화재는 올 하반기 한해 출시된 담보를 추가로 가입할 수 있는 '블랙프라이데이'를 개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블랙프라이데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험사가 A라는 담보를 출시해도 손해율이 높아지면 금세 상품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 또 과당경쟁이 불거질 경우 금감원이 판매 자제를 권고하면 보장 금액이 축소되거나, 판매를 중단하는 일도 생긴다.
삼성화재가 상품을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고 판매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이유는 우선 이번 언팩과 상품 출시 사이 상당 기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보장어카운트를 5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 출시할 예정인데, 언팩은 4월 22일에 진행됐다. 상품 출시가 한 달이나 남은 상황이라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상품은 이렇다'라고 확정 짓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제조사들의 언팩 행사와는 확연한 차이다.
어찌 됐든 보험업의 성장이 둔화한 시기에 '언팩'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행사를 통해 손보업계의 '맏형'으로서 활력을 준 것에 대해선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삼성화재가 여러 궁금증을 해소하고 진짜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보장어카운트를 내놓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